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디스 이즈 어스(This Is Us)』는 가족, 사랑, 성장, 상실, 용서라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며 수많은 이들에게 인생작으로 남은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의 특별함은 단순한 이야기 구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설계된 인물 구도와 교차 편집을 활용한 다층적 서사에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디스 이즈 어스』의 인물 구조와 내러티브 방식이 어떻게 시청자의 감정과 공감을 이끌어냈는지 분석해보고, 이 작품이 왜 탁월한 감성 드라마로 평가받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입체적인 인물 구도와 감정 설계
『디스 이즈 어스』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각 인물이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복잡한 정서와 성장 배경을 가진 입체적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는 잭과 레베카 부부, 그리고 그들의 세 자녀 케빈, 케이트, 랜달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 자녀가 각각 다른 심리적 결핍과 갈등을 겪으며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케빈은 완벽함에 대한 강박, 케이트는 외모 콤플렉스와 자존감 문제, 랜달은 입양아로서의 정체성 혼란과 책임감에 시달립니다.
그들의 부모 역시 이상적인 부모가 아닙니다. 잭은 따뜻하지만 알코올 중독 문제를 안고 있고, 레베카는 때때로 아이들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실패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이 오히려 인물들의 현실감을 부여하고, 시청자의 공감을 유도합니다.
각 인물은 자신의 삶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마주하고, 회피하거나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집니다. 이러한 ‘불완전한 성장 서사’는 시청자 각자가 자기 인생을 투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감정선이 평면적이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인물 구도는 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로, 감성적인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입니다.
교차 편집과 다층적 내러티브 구조
『디스 이즈 어스』의 연출 방식은 전통적인 시간 흐름을 따르지 않고, 과거와 현재, 때로는 미래까지 오가는 교차 편집 기법을 탁월하게 활용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드라마의 감정적 깊이와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며, 시청자가 인물의 삶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특히 에피소드 하나 안에서 과거에 벌어진 사건이 현재의 감정이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주며, 인과관계를 감성적으로 직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현재 인물의 말이나 행동으로 연결되며, ‘왜 저런 선택을 했는가’를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감정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또한, 시청자에게 여러 퍼즐 조각을 제공해 장기적으로 이야기를 완성해나가게 함으로써 몰입도를 유지하는 데도 탁월합니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에피소드가 모여 하나의 사건을 다면적으로 보여주며, ‘한 사건, 여러 시선’이라는 내러티브는 가족 간의 갈등과 이해를 더욱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기여합니다. 이처럼 『디스 이즈 어스』는 단순한 선형적 이야기보다 훨씬 풍성한 감정의 층을 쌓아가며 시청자에게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상실과 회복, 그리고 연결의 메시지
『디스 이즈 어스』가 전하는 가장 중심적인 메시지는 바로 ‘상실과 회복, 그리고 연결’입니다. 이 드라마는 생명과 죽음, 탄생과 이별이라는 거대한 감정의 파고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잭의 죽음은 가족 전체에게 커다란 상실이지만, 그 사건을 통해 가족은 시간이 지나며 서로를 다시 이해하게 됩니다. 특정 인물의 부재는 단지 상처로만 남지 않고, 남은 이들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회복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또한, 세대 간의 연결 역시 이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주인공들의 삶이 과거 부모 세대의 선택과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며, 가족이라는 연결 고리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개인의 이야기가 결국은 하나의 큰 가족 서사로 녹아들면서, 시청자는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 안에 있다’는 보편적인 감정에 도달하게 됩니다.
『디스 이즈 어스』는 감정 소비형 드라마를 넘어서, 감정 성찰형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대표작이며, 그 중심에는 세심하게 설계된 인물과 서사, 그리고 철학이 있습니다.
『디스 이즈 어스』는 단순히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성 드라마가 아닙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인물 구조와 정교한 서사, 그리고 교차되는 시간 흐름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탐색합니다. 각각의 캐릭터는 독립된 존재이면서도 하나의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치유는 보편적이며 현실적입니다. 이처럼 감정과 서사를 정교하게 설계한 『디스 이즈 어스』는 왜 많은 사람들의 인생작으로 남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수작입니다.